가끔 계획을 마친 일을 실행하기 전,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럴 땐 보통 아래 세 가지 상황인 것 같다.
1. 계획에 변수가 너무 많거나,
2. 하고자 하는 일을 수행하기에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느끼거나,
3. 포커스를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에 맞추다 보니 다른 변수들은 미지수로 남겨 두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
최근 계획 하고 있는 일은 둘째를 갖는 것과 둘째가 태어난 이후 일본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다.
일본으로의 이민을 계획하는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번 주제 관점에서 보자면 새로운 도전이다.(이전의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2023.10.02 - [일상] - [기록] 내가 제주도로 내려온 이유 (1) - 일본에서의 느낀 점
30대 중반이 될 때 까지 입에 습관처럼 달고 사는 말이 "시간 진짜 빨리 간다." 인 것은 나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느낄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시간이 빠른지 알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지는 오래되었다.
그러기에 새로운 도전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지금의 결정이 성급한 결정일 수 있다. 계획 했던 시기보다 한 1-2년 정도 후에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수행해도 괜찮은 상황일 수 있다. 내 삶에 있어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한국 아니 서울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는 게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좀 더 무르익고 금전적으로도 쪼금 더 안정적인 상황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는데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민을 도전할 수 있는 나이가 늦어진다. 계획 한대로 이민을 진행했을 때 이후에 다가올 수 있는 기회들 또는 그 동안 쌓게 될 경험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놓치는 경험이랄지 금전적 이득은 상쇄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믿음은 있다. 극복하기 가장 큰 어려움은 이런 저런 정보를 얻게 되면서 알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이다. 그 나이에, 그 상황에, 그 경력에...와 같은 이야기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할 때 이런 이야기들은 두려움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20살 친구들은 대학가거나 재수할 때 나는 해병대를 자원해서 갔고, 전역 이후 해외 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호주 이후 학구열에 불타올라 떠난 시애틀 유학, 그리고 원 없이 서핑할 수 있었던 하와이 유학, 그리고 중간중간의 여정들. 내 인생은 안전한 테크트리를 타며 살아온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즉흥적으로 결정한 일들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금전적 손실을 입은 적도 잦았고 아쉽다고 생각하는 상황들이 있다. 똑똑하진 못했지만 뭔가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수행한 일들이 잘못되지 않았음은 현재 나의 상황과 처지를 보면 될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잘 살고 있다. 원했다면 더 잘 나가는 직장인이 될 수도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지금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위주로 결단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는 하는데, 요즘은 예전에 새로운 것을 할 떄의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좀 더 크다. 아마도 나의 결정으로 인해 와이프와 아이(들)가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게 되거나, 그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과 생각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런 두려움이 가끔 씨게 엄습해 온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나만의 모먼트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전에 느끼는 정도의 두려움을 나도 느끼는 것 같다. 공포에 가까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내가 살아온 방식들을 생각해 보면 확률에 기대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방식을 택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때때로 그들의 말이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자발적인 선택을 해오고 연습이 된 나는 어느 정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할 수 없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을 알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결정하는 일들이 가져올 상황이 어떤지 대략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Don't Let Fear Stop You이다. 시애틀 Gas Works Park 어딘가에 스프레이로 쓰여 있던 말이다.)
'케바케'
거기에 더해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거나, 궁금하거나 할 때 해봄으로 영혼의 갈증을 해소해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의 말과 확률에 기대 포기 하지 않는 것은 내 인생의 주권을 놓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본인이 도전하지 않았던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전을 환영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는 자신이 작아 보이지 않기 위해. 또는 본인은 잘못된 방식으로 준비 없이 시도한 것을 일반화하여 생각하고 있거나.
프로스포츠를 보면 Underdog 팀이 몇 퍼센트의 확률을 뒤집고 승리 또는 우승하는 경우가 있다. Underdog 팀이 확률적으로 어차피 질 것이기 때문에 열과 성을 다해 경기 하지 않는거나 시도 조차 하지 않는 다면 절대 상대방을 이길 수 없고 몇 퍼센트의 확률 마저도 존재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먼저다. 결과는 그다음이다. 우리의 인생에 빗대어 봐도 동일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그때 포기하면 된다. 확률에 기대 지례 짐작 안된다고 마음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나이와 성별도 마찬 가지이다. '이제 이 나이에', '내가 니 나이였으면' 등등 주변에서 흔히 들어 봄직했던 말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의 말을 반면 교사 삼아, 23살이 되면 20살이 무엇이든 해볼 나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25살이 되면 23살이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엇인가를 할 때 나이의 커트라인 제한이 없다면 나이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두려움은 준비로 대비해서 자신감으로 바꾸면 된다.
도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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