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그때의 나는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았는지,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기 위해 싸이월드 메뉴 이곳저곳을 뒤적였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도 모르고 사는 것으로 족하지 못하고, 한 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렇게 12달이 모여 일 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사는 지금이 무색하게, 그때의 나는 하루하루 꼬박꼬박 다이어리를 잘도 써서 올려놓았다.
컴퓨터 보급은 둘째치고 저장할 수 있는 용량 조차 심히 한정되어 있던 시절, 참을성 없고 정신 산만한 성격을 대변하듯 글씨의 모양도 못나 많이 혼나고, 글 솜씨가 있던 것도 아닌 터라, 글 짓기를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은 한 줄짜리.. 하고 싶은 날이 많았는지, 어느 날은 장문의 글을, 유독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는 나에 대한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과거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의 나와 그때와 내가 다르다는 증거들이 남아 있다.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열심히 올리던 그때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에 대한 기록은 산발적으로 이곳 저것에 남아 있는 듯하다. 바뀐 환경으로 인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났고, 다이어리는 고사하고 글도 쓰지 않고 핸드폰 용량 조절을 위해 사진 보관하는데만 몰두하게 되었다. 두 번 다시 꺼내 보지 않을 것을 모른 채 가장 좋아하던 장난감을 서랍 속 가장 깊은 곳에 넣어 놓았던 어린 시절처럼, 싸이월드는 그렇게 기억의 저편에 남겨진 채로 잊혀 있었다.
아쉬운 대로 조금의 흔적들을 건져 냈지만, 왜 인지 싸이월드가 없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것만큼, 싸이월드 이후의 나의 일대기가 없다는 게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IT에서는 시스템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원인 분석하여 고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로그(log)를 남긴다. 싸이월드 이후 내 인생의 로그는 기록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로그를 기록하는 게 중요하게 느껴진다.
말로 머리로 고민만 하던 게 한참...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한참... 어떤 내용으로 운영해하는지 고민하는데 한참... 공부보다 공부하기 위한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준비가 끝나면 잠을 퍼질러 자던 고등학교 시절을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늘은 드디어. 시작한다는 글을 쓴 지 5개월 만에 게시글을 남긴다.
지금 가진 타이틀만 나열해도 여러 분야의 여러 가지 글들을 쓰고 싶어 질 것 같다. 사회, 정치, 경제, 세계, IT는 물론 직장인, 주식, 부동산, 재테크, 부부, 예비 부모 등. 물론 전문 분야는 하나도 없지만. 싸이월드에 이것저것 잡다한 글을 한 줄이라서 써서 올리듯 글을 쓰고, 글들이 모이다 보면 어떤 줄기가 될 것이고 그러면 그 후의 나에게 그다음 고민들은 맡기는 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선택인 것 같다.
티스토리는 싸이월드 보다 좀 더 오래가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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