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퇴사 이후 약 두 달 간 심신의 안정과 여유를 찾는다는 이유로 시간을 느슨하게 관리했다. 직장 생활하는 동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스트레스받았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여유를 부렸다.
아이 등/하원을 같이 하고, 졸리면 낮잠도 좀 자고, 해야할 일도 좀 미루고, 낮에 티브이도 좀 보고, 유튜브 영상이나 인스타그램 쇼츠도 좀 보다 보니 두 달이란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갔다. 사실 머릿속을 좀 비우고 싶어 멍하게 살았던 이유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퇴사하기 전 세워두었던 계획들 중 달성하거나 수행하지 못한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쉬는 시간이 있을 때가 아니면 이루기 어려운 것들인데 여유를 부리다보니 시간이 흘러갔다.
뭔가 시간적 여유와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해야할 일들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다. 자유로움 안에서 책도 읽고,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그럴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냥 늘어지는 수준에 진하지 않았던 것 같다. 1년 동안 아이와 와이프를 잘 못챙긴 것 같아서 집안일도 하고 아이와 등원 준비, 등원, 하원, 하원 이후 놀아 주기 등 순전히 나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이가 자러 들어가는 8시 반부터 평소 좋아하는 야구 시청.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8월이 되었고, 9월말에 일본으로 이민을 떠나는 우리에게 남은 과제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8월이 들어서면서 일상을 루틴화 했다. 아이가 깨는 시간을 고려해 아침 기상 시간을 정해 놓고, 불규칙하던 등원 시간도 집에서 나가는 시간을 정해놓고 준비하고, 운동도 마치는 시간을 대략 정해놓고, 점심시간, 오후 업무 시간 (12시 반부터 아이가 하원하는 4시 정도까지)로 설정, 아이 하원 이후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고 씻기고 밥 먹고 잠들면 저녁 시간 3시간 동안 한 시간씩 블로깅, 책 읽기, 일본어 공부를 하고 취침하는 루틴이다.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수행하니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왔다. 이전까지는 해야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여 오늘 할 일과 내일 할 일이 다르고, 어떤 것부터 손에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해야 할 일들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정을 박아 두니 그래도 뭐가 돼도 시작과 마무리는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생각과 삶이 단순해야 한다고 했는데 새삼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 보게 됐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데 성공하는 사람들은 투두리스트 (To-do list)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을 언제 할 것인지 날짜와 시간까지 정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요즘 그 효율성과 목적 달성률에 공감한다.
추가적으로 와이프와 매일매일 짧게 15-30분 정도 미팅을 한다. 회사에서도 일간 보고나 주간 보고를 작성하다보면 내가 무엇을 했는지 생산성이 어떤지 알 수 있었는데, 그걸 활용해서 집에서도 서로에게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기 위해 시도해보고 있다. 약 1주일 정도 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노션에 미팅 기록을 남기고 각자 어떤 일을 할 건지, 뭐 때문에 하는지, 중간에 장애물은 없는지 등을 논의하면서 서로의 관심사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좋다. 의미 있는 결과로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역시 자유에는 권한과 책임이 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는 월급이 따박 따박 나오는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시간 관리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고, 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결과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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