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태어난지도 어느덧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새 생명이 태어난 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게다가 그 새 생명이 내 아이라니.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 부부로서는 살면서 맞이 하게 될 어떤 경험이 이보다 특별할 수 있을까? (우리는 3명의 아이를 갖고 싶다.)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딸의 탯줄을 자른 이후 2박 3일의 입원 기간 동안 유리창 너머로 아이를 본 후, 2주 간의 조리원 생활 이후에나 처음으로 아이를 직접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때의 감동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너무 작아서 차에 태우기가 무서워 집에 걸어가자고 했을 정도였다. 차의 작은 진동과 움직임에도 아이가 유리처럼 깨질까 겁이 났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아내가 출산한 산부인과에 조리원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두 기관과의 연계가 자연스러웠다. 다른 조리원으로 가는 사람들은 태어난지 3일밖에 안 되는 애를 어떻게 데리고 나가는지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나는 쫄보였다. 이 작은 애를 어떻게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지.
와이프의 조리원 생활 2주 동안 와이프와 아이 그리고 나 우리 셋은 화상통화로만 만날 수 있었다. 차로 3분 거리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조리원이 었지만 코로나 상황은 냉혹했다. 남편의 출입이 허용 되는 조리원들도 있었지만 와이프와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면 차라리 방문되지 않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 조리원에서 엄마들과 어린아이가 확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육아 월드 시작 전 마지막 2주라는 생각에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조리원에 있는 2주간 동안 나는 업무를 했다. 우리 회사는 남자의 경우 10일의 출산 휴가가 주어지는데, 3일은 출산하는 날 사용하고 업무에 복귀했다가 와이프가 조리원에서 나오는 날에 맞춰 남은 7일과 연차를 사용해 총 2주간의 휴가를 냈다. 길다면 긴 시간일 수도 있지만 나도 아내도 아이도 집에서의 생활 적응을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이었다. 참고로 2주라는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밤낮이 없다. 잠 조정은 필수.
애가 깨면 깨고 애가 자면 잔다. 그리고 아빠 엄마 둘다 서툴기 때문에 뭘 하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둘이 같이 해야 한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업무 분장 및 시간 분담이 비교적 잘 되고 있다. 모유수유 같이 와이프만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대신할 수 있는 일들을 나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려고 한다. 와이프에게도 부담 갖지 말고 해야 할 일을 알려달라고 하고 있다. 육아는 마라톤과 같은 데 지금 힘이 있다고 해서 무리해서 하다 보면 와이프가 금세 지쳐 버릴 것 같다. (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육아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도 닦아주고 옷도 갈아 입히고 하니 아이에게도 생활의 루틴과 패턴이 생기는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힘들고 피곤한 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가 짧다고들 한다.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100일이 지나면 아이가 잠도 많이 자고 좀 나아진다고 한다. 지나고 나면 금방이고 이 순간을 눈에 담아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만큼 아이가 빨리 크고 시간은 빨리 간다는 뜻이겠지?
이 시간이 짧고 빨리 간다고 생각해서 인지 다행히 아직 까지 힘든 것보다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하다. 수유, 기저귀 갈기, 트림시키기, 재우기, 목욕 등 육체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해결해야 하는 미션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아이가 배부르다, 아이가 개운해한다, 아이가 편해한다고 생각하니 몸이 힘든 건 금세 없어지는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로 성장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제 첫 달이 지났지만 앞으로 맞이 할 수많은 시간 우리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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