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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의 노력이 허무하게 코로나에 걸렸다. 먹고 싶은 것도 안 먹고 가고 싶은데도 안 가고 나름 집에서 은둔형으로 버텼는데, 결국 걸렸다.
모든 것이 지난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아내와 아이가 걸렸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신적인 고통을 생각하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다소 억울(?) 하기도 했다.
2021년 2월 즈음 와이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1년 가까이 거의 집에서 보냈다. 거의 쭉 재택근무를 하긴 했지만 중간중간 확진자 추이에 따라 상황이 나아지면 출근을 해야 했었기 때문에 나는 5월 달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로 맞고, 8월 초에 화이자 백신을 2차로 맞았다. (교차 접종.)
9월 말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 지면서는 더욱 조심했고 와이프와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남편의 출입이 제한되는 산후 조리원에 있었다. 아이의 탯줄을 자른 순간 이외에는 아이가 집에 오는 2주 좀 더 되는 시간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한 숨 돌리나 싶었다.
11월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가 시작 되고 약 3개월간의 재택근무에서 50% 인원 출근으로 조정되었다. 나는 사무실 출근이 시작된 첫 주 회사 방문이 필요한 업무가 있어 화요일 목요일 출근을 했다.
그 주 금요일 재택 근무를 마쳐갈 때쯤 몸살 기운을 느꼈다. 전날(목요일) 날이 갑자기 추워지고 저녁에 얇은 옷을 입고 강아지 산책을 너무 오래 간 탓인지, 집에 온 갓난쟁이를 보다 피로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서 인지 모르겠으나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건 토요일 저녁, 평소 감기는 약 먹고 하루 푹 자고 나면 낫는데 토요일 저녁이 되도록 열과 두통, 증상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해열제와 감기약을 번갈아 먹고 조금 나아지다가 다시 아프고 일시적으로만 아픈 것이 없어졌었다. 평소와는 달랐다.
다행히도 코로나든 감기든 아내와 아이에게 옮기면 안 되기 때문에 금요일 아프기 시작하고는 저녁부터 작은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안 했는데, 참 잘한 결정인 것 같다. (나는 백신 접정도 완료했고 이틀 출근 외에는 외출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코로나 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갓난쟁이 보느라 평일에는 와이프가 새벽에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주말에는 푹 자도록 내가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와이프에게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지만 혹시나 코로나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화장실 이용 빼고는 방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픈 느낌이 일요일 저녁까지 지속됐고 항생제를 먹고 나니 많이 나아졌다. 역시나 감기 몸살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에 연락을 했다. 감기 일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코로나 검사를 받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것도 잘한 결정인 것 같다.) 화요일 출근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월요일 오전 검사를 받으면 화요일에 알기 되기 때문에 출근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이야기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고 조금은 나아진 몸으로 구리 보건소로 향했고 검사를 마쳤다. 몸이 조금은 불편했지만 많이 완화가 되었기 때문에 검사 결과만 음성이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봤다. 월요일 드디어 작은방에서 나와 집 안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집안일도 조금 도와주기 시작했다.
(갓난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알겠지만,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 눈치가 많이 보인다. 머릿속으로는 아픈 동안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 혹시라도 코로나 일지 모르니. 다행히 이때도 아기를 멀리서만 지켜봤다. 와이프에게는 마스크를 쓰고 내가 만졌던 곳 갔던 곳은 소독제를 잘 사용하라고 이야기하고)
평소 좋아하지 않던 짜장면을 주말간 먹고 싶었다는 와이프의 말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코로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탕수육 소스도 나눠 먹고.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주말 간 방에만 있었던 게 참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코로나 증상 발현 후 3-5일 이후에는 전파력이 많이 약해진다고 들었는데 그 3일간 거의 방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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