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 여행/제주 생활기 [2022-2024]

[일상] 나는 제주도에서 서울로 출근한다. (1)

MahAlOhana Life 2023. 10. 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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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가족은 제주 서귀포시에 살고 있다.
나의 직장은 서울 용산이다.
 
나는 용산으로 출근을 한다.
 
얼핏 들으면 불가능할 것 같지만 여러 조건들이 받쳐줘 적어도 4-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는 가능하게 하고 있다.
 
내가 서귀포에서 용산까지 출근하게 된 배경은 육아휴직을 시작하며 제주도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오게 된 계기는 아래 포스팅 참고
2023.10.05 - [일상] - [기록] 육아 휴직, 제주도에서의 1년 (1) - 정착기

 

[기록] 육아 휴직, 제주도에서의 1년 (1) - 정착기

22년 4월 일본에 한 달 정도 다녀온 뒤,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되었다. 출근하는데 한 시간 반, 퇴근하는데 한 시간 반. 아침 7시 반 딸내미 아침잠에서 깬 딸내미

mahaloha.tistory.com

처음에는 올해 6월 육아휴직이 끝남으로 퇴사를 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우선은 복직을 하기로 했다.
 
복직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8월까지 계약되어 있던 제주집을 정리하고 서울에 가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월세 보증금, 자동차, 출근, 어린이집, 공해 등등 생각하다 보니 서울의 떠날 때의 기억들이 떠올랐고, 서울로 돌아가면 몸이 망가지고 행복하게 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출근길에서 1시간 반 퇴근길, 1시간 반을 보내거나 전세 이자 값에 허덕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그저 돈 벌고 갚는 것에만 집중해서 사는 인생은 상상하기도 싫다.
 
우리 가족은 이미 제주도에 정착하여 몸도 마음도 편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생활하는 것도 너무 편해진 상황. 나는 나대로,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아기는 아기대로 제주도의 생활을 너무 만족해하고 있는데, 복직으로 인해 서울로 오기 위해 우리의 삶에 많은 변수들을 만들며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다시 돌아갔을 때 나와 와이프 그리고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매연과 교통체증, 목표과 목적 없는 경쟁, 우후 죽순의 높은 빌딩들이 싫다.
 
그래서 변수를 가장 줄이는 방법인 나 혼자 서울로 출근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은 서울에서 하더라도 제주도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고 힐링하고 서핑하고 등산하고 바다를 다니면 서울에 사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건강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믿음이 서귀포에서 용산 출근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1시간 이내에 산, 바다, 맛집, 아쿠아리움, 박물관을 교통 체증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막상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고 생각하니 막연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나? 설마 내가 이렇게 사는 걸 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세상은 그렇게 좁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검색부터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의 검색은 크게 도움 되는 내용은 없었고, 유튜버 한 분 중에 코로나 시기에 제주시에 살면서 서울로 한 달 이상 매일 출퇴근을 했던 분의 영상을 봤다. (이분은 제주-서울을 매일 한 달 여 정도 매일 출근을 했다. 참고로 제주시에서 서귀포 시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제목과 초반 내용에서 좀 어그로 같은 면이 있는데, 이쯤에서는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이 모든 걸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아직 우리 회사는 주 2일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자율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서에 따라 협의만 가능하다면 또는 사정이 있다면 주중 재택근무를 하루 이틀 더 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그리고 부모님 댁이 회사에서 가까워서 잠은 본가에 가서 자거나 회사에 침대와 샤워장이 구비되어 있어 회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회사에서의 숙식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조건이 전제되었기에 서귀포-서울 출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퇴사를 마음먹었지만 복직할 수 있다는 생각에 3개월 전부터 이런저런 방법들을 알아보았다.
 
네이버 지도로 이런저런 다양한 루트를 알아보고, 처음에는 차를 가지고 출근할 생각을 해서 알아봤는데, 차로 움직일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계산을 한지가 조금 오래돼서 정확하진 않지만 비행기 표 제외하고 최소 20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 같았다. 주 1회 서귀포에서 제주 공항까지 왕복하면 100Km * 4회 = 400km이고 우리 차가 경차임을 감안해도 주유비 4만 원, 주차비는 24시간에 1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박 3일이면 3만 원 정도. 월 4회면 12만 원. 이렇게 대충 계산해도 16만 원 이상인데, 정비 타이어 등 계산하면 비용은 더 들어갈 것이다. 추가적으로 차가 공항에 묶여 있으면 와이프 차도 한대 더 필요하게 된다.
 
반면 버스비는 서귀포 등기소에서 제주 공항까지 5천 원이다. 1시간 10분 정도 소요 되고, 내가 운전을 하지 않기에 차에서 자거나 다른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서귀포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서 서귀포로 오는 버스는 시간을 잘못 맞추면 20-30분 버스를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가끔은 큰 단점이 된다.
 
비행기 값은 복직 전에는 1주에 12만 원이 내 예산이었다. (왕복) 제주에서 1년 지내면서 서울에 왔다 갔다 할 때의 비용을 얻은 게 경험상 편도 6만 원이었다. 왕복 12만 원 한 달 50만 원이 비행기에 들어갈 예산으로 생각했다. 다행히, 실제 복직하면서 내가 타고 다니는 시간대의 비행기는 훨씬 저렴해서 한 여름 성수기 또는 수학여행을 제외하면 주에 6-7만 원 정도로 (월 30만 원 이내) 출퇴근할 수 있었다. 간혹 비행기가 너무 비싼 시즌에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재택을 한다던지 하면서 너무 비싼 시기는 피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화요일에 출근해서 목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을 선호한다. 이유는 화요일 아침 제주도에서 서울로 가고, 목요일 저녁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오는 비행기가 가장 싼 것 같다. 간혹 다른 일정이 있어 수-금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지만. 제일 싼 건 화요일 오전 제주->서울, 수요일 저녁 서울->제주가 가장 저렴한 것 같다. 더 저렴한 옵션이 있을 수 있지만 2박 3일 서울 일정이 딱 좋은 것 같다. 3일 서울, 4일 제주
 
간혹 출발 지연이 되긴 하지만, 자주 있지는 않았고 나는 일정상 이스타제트가 제일 잘 맞아 타고 다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출근길에 15분 이상 지연 된 적은 없고, 퇴근할 때 한 시간 정도 지연 된 적이 한 번 있다. 좀 더 타고 다니다 보면 다른 상황들을 많이 경험할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 계속.
 
복직 후 첫 퇴근길 사진들.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

23년 6월 중순

 

23년 6월 중순
23년 6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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