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 여행/제주 생활기 [2022-2024]

[기록] 육아 휴직, 제주도에서의 1년 (1) - 정착기

MahAlOhana Life 2023. 10. 5. 00:10
반응형

22년 4월 일본에 한 달 정도 다녀온 뒤,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되었다.

 

출근하는데 한 시간 반, 퇴근하는데 한 시간 반. 아침 7시 반 딸내미 아침잠에서 깬 딸내미 모습 잠깐 보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7시 반 아니면 8시(야근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자고 있거나 곧 잠에 들 딸내미를 잠깐 보는 생활이, 나의 삶을 만족 지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가장 사랑스럽고 이쁠 시기 회사 생활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다들 그렇게 산다는 이유로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흘러갈 수가 없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주도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고,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 보다 그냥 그렇게 다들 사니까 사는 삶은 적성에 맞지도 않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고 싶지도 않다.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 (지금은 가족과의 시간) 또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일에 맞춰 삶을 맞춰 나가는 것이 후회가 덜한 삶을 사는 거라고 믿는다.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으며, 다 살아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중요한 것들은 계속 바뀌고 그 바뀌는 우선순위에 맞게 삶을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고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 안된다고 못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 건 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일 뿐.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이 시도 조차 하지 않을 핑곗거리다.

 

무튼, 그리하여 내가 삶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서핑을 잘 가르치는 일과 사랑하는 와이프와 딸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는 종합적으로 적합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1) 서핑업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서핑 환경이 좋아야 할 것. (중문은 서핑의 성지라고 불리 운다.), 2) 물과 공기가 맑아야 할 것. (난 서울에서 자동차로부터 발생된 공해와 미세먼지로 인해 나의 폐가 우리 가족의 폐가 서서히 아프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23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언제 다시 미세 먼지의 공격이 시작될지 모른다.) 3) 산과 바다가 가까워야 할 것. (하와이에서의 삶에서 느낀 점은, 난 쇼핑몰과 아웃렛은 1년에 몇 번 가지 않고, 등산을 하며 자연을 찾고, 서핑을 하며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풍요롭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우선 서핑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업계 관련 사이트들을 뒤져 일을 구하고 날짜를 잡았다. (30대가 넘어 일을 구하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일 구하기 힘든 건 서울만의 이야기이고, 제주도를 포함한 지방 도시들은 일 할 사람이 없다... 그냥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어서 식당을 가게를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집의 경우는 온라인으로 많이 봐도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서 결국 몇 군데만 추린 후, 내가 한 달 먼저 제주도에 내려와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며 집을 알아보고 계약까지 마친 뒤 와이프와 딸이 내려오는 것으로 했다. 집의 경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 한건, 처음부터 외지나 타운하우스를 들어가지 말고 아기 소아과 병원 마트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곧으로 가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길 원했고, 내가 일하게 될 중문에서의 거리는 너무 멀지 않은 곳이어야 하는 것으로 기준을 잡았다.

 

집 계약 후 제주-서울 이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견적을 받았다. 보통 3군데 정도 받으라고 하는데 시간적 여유도 없고 해서 평가가 좋은 한 업체를 선정해 방문 견적을 받았다. 우리가 이사를 원하는 8월 초는 제주도 영어 도시 개학과 맞물려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하는데 다행히 하루 날짜가 비어, 그 날짜에 이사할 수 있게 되었다.

 

배로 하루가 걸리는 이사. 오전부터 이사 시작해서 짐 빠지는 것 확인하고 점심시간 즈음 우리는 공항으로 이동하여 제주도로 내려왔다. 내가 한 달 전 먼저 내려오면서 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공항에서 차를 타고 먼저 와이프와 아이에게 우리가 이사하게 될 집을 보여준 뒤, 예약한 호텔로 이동하여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이 진국이었다. 한여름 에어컨이 무조건 돼야 하는 상황이라서 삼 X 에어컨에 한 달 전부터 설치 요청을 해서 날짜를 잡았는데, 엄청 오기 싫어하는 티를 내면서 월요일에 오면 안 되겠냐고(이삿날이 금요일이었다.) 회식이 있다 등등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방문해서는 가스가 없어서 작업을 못한다고 고객센터에서 어떤 유형의 설치인지 메모를 남겨야 하는데 안 남겼다며 고객센터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에어컨이 안 되는 집에서 밤에 아이를 재우려고 했는데, 11개월 된 아이가 열을 먹어 토를 하고, 정말 천불이 나서 미칠 노릇이었다. (중간에 숨고 통해서 설치 가능하신 분을 찾았는데 이 분도 전문가랍시고 이빨만 털어 책임 회피에 돈만 뜯어가는 행동을 했다. 실력도 없고 양심도 없고.), 나중에 정말 좋은 분을 만나서 해결은 됐지만(이분은 여기저기 소개해주고 다닌다.) 제주도 에어컨 업계에 대해서 너무나도 실망했던 사건이었다. 한 10일 정도 에어컨 없이 8월 초중순을 보냈다. 올해 여름을 생각해 보면 작년에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에어컨이 안 되는것과 관련해서 작은 사건이 있었는데 와이프는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면 눈물을 흘린다. 에어컨이 안되는 집에서 너무 더워서 10개월 된 딸에게 아이스팩을 가지고 놀게 했는데, 물고 빨기를 시작했던 아이가 와이프가 잠시 눈을 뗀 사이 아이스팩을 뜯어 내용물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나중에 발견하게 되어 내용물을 아이가 먹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와이프가 너무 놀랐고 위세척을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되어 하루 이틀을 걱정으로 보냈었다. 에어컨이 중요해서 한 달이나 일찍 예약해서 날짜를 잡았는데 본인들 편의상 캔슬해 버렸다니..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제주도 삼 X에어컨 설치 팀과 숨고 에어컨 설치 기사는 진짜 쌍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싸고, 본인이 하는 일의 격을 낮추는 행동을 한 것이다. 불우이웃 돕기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에어컨 설치를 마지막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은 세팅을 마쳤다.

 


2023.10.07 - [일상] - [기록] 육아 휴직, 제주도에서의 1년 (2) - 1년 생활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