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월말 모니터링을 지나 맞이한 3.1절. 그저 일요일 뒤 쉬는 월요일이라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 스쳐 지나간 장면이 잠시 얕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내용은 이러했다.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 중, 본인의 재산 또는 회사의 수익을 독립운동에 썼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한 수치가 기억이 안 나지만 재산의 대부분인 경우들이 소개되었던 것 같다.
많은 3.1절을 보냈고, 한국인으로 살면서 새삼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고, 독립운동하셨던 분들의 애국심을 몰랐던 것도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라는 현 위치에서 그분들의 숭고한 금전적 희생을 생각해보니 경제 활동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대단함이 새삼 느껴졌던 것 같다.
시간을 들여 뭔가를 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내가 축적할 수 있는 부를 포기하며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이 된다고나 할까? 자신 재산의 대부분 또는 전재산을 나라를 위해 쓴다는 게 상상이 안된다. 북한과 전쟁이 난다면 나가 싸울 순 있겠지만 아내와 자식들이 가져할 부를 나라를 위해 기부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 같다.
또 다시 나라가 빼앗기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싸울 수 있을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내 한 몸 희생해서 바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라를 잃게 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라가 없어져도 우선 내가 살아 숨 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나도 한때는 열혈 청년이었기 때문에 곧 죽어도 애국 우정 의리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고 가정이 생기고 먹고사는 게 중요해지다 보니 여러 가지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 것 같다. 6.25 때 나가 싸우지 않았던, 민주항쟁 때 나가 싸우지 않았던 사람들이 용감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하게 된 것 같다.
이야기의 주제로 돌아가자면, 올 3.1절은 나의 바뀐 상황에 의해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그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새삼 더욱 크게 느껴지고 그 결정이 얼마나 큰 희생이었지 감히 상상해 보게 된 3.1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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