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시청 후기] 놀면 뭐하니 - 위드유

MahAlOhana Life 2021. 3. 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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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을 그렇게 뭉클하게 받아들인 건 나뿐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방송을 보다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고,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며칠이 지나니 벌써 관련 영상과 함께 눈물을 흘릴 만큼의 감동을 받았다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여기저기 보인다.

예전 매주 토요일 저녁은 무한도전 시청으로 타향 살이를 달래곤 했는데,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티브이를 보는 건 사치가 되었다. 그래도 종종 주말에 소파에 누워 채널을 돌리다 유재석이 나오는 건 멈추고 보는 편이다. 이번 편은 당근 마켓에 올라온 도움 요청글에 유재석이 도와주는 내용이었다. 제작진이 거래를 한 탓에 유재석은 어떤 도움인지 모르고 가서 거래 상대를 찾고 도움을 주는 에피소드였다.

여러 스토리들이 있었지만 하이라이트는 단연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싶으셨던 어머니 이야기였다. 우리가 흔희 이야기하는 것처럼 가족 간 운전 가르쳐 주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어머니 눈 남편과 아들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배우지 못했다고 했다. 동네 꼬마 아이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차고 다니는 자전거.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꽃도 보고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말이 비단 자전거뿐이었을까. 이에 유재석이 몇 년 전 아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있다며 본인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여느 누구와 다름 없이 잔뜩 긴장하고 겁먹은 모습으로 자전거 잡은 손을 절대 놓으면 안 된다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란 가속도가 어느 정도 붙어야 앞으로 가려는 힘으로 중심을 잡기 마련인데, 넘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함에 몸이 굳은 어머니는 발을 구르지 못한다.

조금 가다 멈추고 조금 가다 넘어지며 절대 손을 놓으면 안된다고 하던 어머니는 익숙해지지 못하는 듯했다. 연습이 계속되면서 유재석의 위로와 응원의 한마디 한마디가 더해져 어머니 몸의 긴장이 풀리며 드디어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전과는 다르게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잡고 있던 유재석의 손이 떨어진 줄도 모른 채 달리던 어머니를 보며 느낀 쾌감은 나에게만 전달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장면이 유독 감동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평소 타고 싶던 자전거를 혼자타는 소망을 이룬 그 소망 자체에도 있지만, 평생을 성공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 나는 못 할 줄 알았다는 어머니의 멘트, 어린애들도 아무렇지 않게 배우고 타는 그 자전거를 어머니는 자전거를 배우기 싫어서 배우기 싫으셨을까? 실제 어머니의 과거와 상관없이 투영된 어머니 또래의 어려운 유년 시절, 그리고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의 약자, 한 남자의 부인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배우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을 거고 그녀들이 살아온 삶을 너무도 잘 알기에 뭉클했던 게 아닐까?

그런 어머니의 과거와 상처를 어루 달래 주듯 유재석이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면서 평생의 상처를 치유해주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게 큰 감동이지 않았나 싶다.

이 장면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 하던 어머니가 당근 마켓을 통해 유재석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배우게 되었다.” 가 되겠지만, 어머니와 자전거가 단순히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아닌 상징적이면서 뭔가를 대표하는 의미들이 내포되면서 시대와 사회의 상처를 가진 누군가을 치유해준 계기였던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마다의 이유로 많은 관심 쏟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우리 어머니 아버지 일수도 있다.

나도 누군가가 폐달을 힘차게 구를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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